반도체만 이렇게 빠졌다고? 애플은 오히려 사상 최고가 찍었는데
반도체만 30% 빠진 증시, 나스닥은 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을까
같은 기간, 두 시장의 표정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요. 코스피는 지난달 초 고점 대비 30% 넘게 빠졌는데, 같은 시기 애플은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쓰고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저는 이 차이가 "전체 증시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반도체라는 특정 산업의 사이클성 조정"이라는 신호로 읽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왜 반도체가 유독 이런 롤러코스터를 반복하는지, 그리고 이번 조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같은 'AI 조정' 국면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코스피는 6월 초 8,788선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가, 최근 5,900~6,000선대까지 밀려나며 한 달여 만에 고점 대비 30% 넘게 되돌림을 겪었습니다. 반면 같은 시기 미국 증시는 완전히 다른 그림입니다. 애플은 7월 15일 주당 327.5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시가총액 4.81조 달러를 기록했고, 엔비디아도 5.13조 달러로 미국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나스닥100 지수 자체도 7월 초 기준 소폭 조정(1%대)에 그쳤을 뿐, 붕괴라고 부를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딥노믹은 이 격차가 "미국은 괜찮은데 한국만 이상한 것"이 아니라, 반도체라는 한 산업만 유독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읽고 있습니다. 코스피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의 비중이 워낙 커서 반도체가 흔들리면 지수 전체가 함께 흔들리지만, 미국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처럼 반도체 사이클과 상대적으로 무관한 대형주가 지수를 떠받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반도체는 원래 '치솟았다 꺼지는' 산업입니다
반도체를 조선·철강·건설처럼 '사이클 산업'으로 분류해서 보는게 맞다고 보고 있습니다. 수요가 갑자기 몰리면 공장 증설에는 시간이 걸리다 보니 공급이 못 따라가서 가격이 급등하고(슈퍼사이클), 그렇게 오른 가격을 보고 다들 증설에 뛰어들면 얼마 뒤엔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하는 패턴이 역사적으로 반복돼 왔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특히 이 패턴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봅니다.
반면 애플·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소프트웨어·플랫폼 기업은 한 번 만든 제품(운영체제, 구독 서비스 등)을 추가 생산 비용 없이 계속 팔 수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와는 수익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의 조정을 "AI 버블이 전부 꺼졌다"기보다는, "반도체라는 사이클 산업이 원래의 패턴대로 한 번 크게 오버슈트했다가 되돌아오는 국면"으로 보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왜 엔비디아만 유독 크게 흔들릴까
우선 이번 조정에서 엔비디아와 애플·마이크로소프트가 다른 흐름을 보이는 이유를, 두 기업군의 전략 차이에서 찾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반도체 동맹을 통해 매출을 빠르게 키우며 시가총액 최상위권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쪽에 가깝다고 봅니다. 반면 애플·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최상위권에 있는 만큼, 무리한 베팅 없이 지금의 조정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쪽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초대형주는 401(k) 같은 미국의 패시브 연금 자금이 구조적으로 계속 사들여야 하는 종목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자금 흐름 덕분에 이 그룹은 개별 기업 이슈만으로는 잘 흔들리지 않는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이 최상위 그룹에서까지 뚜렷한 매도가 나온다면, 그때는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합의견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살펴봤을때 지금의 반도체 조정을 "이번 슈퍼사이클이 끝났다"보다는 "사이클 산업 특유의 오버슈트가 정상 범위로
되돌아오는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 되돌림이 하루이틀에 끝날 성격은 아니라고 보고, 최소 2~3년
정도는 변동성이 큰 구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딥노믹의 의견일뿐 맞다 안맞다를 논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업종 관점에서는, 반도체(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소프트웨어·플랫폼 성격이 강한 대형주는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로봇 관련 테마는 다음 반도체 수요처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어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종합하면, 지금은 "반도체가 망가졌다"와 "반도체가 다시 오른다" 사이의 이분법보다는,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냉정하게 짚어보는 시각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