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AI 투자, 다 어디로 갔을까…경영진 90%가 실토한 진짜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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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쏟아붓는 돈은 늘어나는데, 경영진 90%는 "효과 없다"고 답했다
요즘 AI 얘기를 안 듣는 날이 없습니다. 빅테크들은 분기마다 설비투자 규모를 경신하고, 데이터센터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집니다. 그런데 정작 그 돈을 쓰는 기업들의 경영진에게 직접 물어보면 대답이 사뭇 다릅니다. 최근 발표된 몇몇 설문 결과를 보면, AI가 회사의 생산성과 고용에 미친 영향이 "사실상 0"이라고 답한 경영진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이 엇갈림이 왜 생기는지, 그리고 이게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아래에서 하나씩 짚어드리겠습니다.
요즘 AI 논쟁에 불을 붙인 숫자들
올해 2월 미국 국립경제연구소(NBER)에 올라온 한 워킹페이퍼가 조용히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미국·영국·독일·호주 기업 경영진 약 6천 명을 설문했더니, 약 90%가 "지난 3년간 AI가 자사 고용과 생산성에 미친 영향은 사실상 0"이라고 답했습니다. 같은 경영진들은 앞으로 3년 안에는 AI가 생산성을 1.4%, 생산량을 0.8% 끌어올리고 고용은 0.7% 줄일 것으로 내다봤는데, 정작 직원들은 오히려 고용이 0.5% 늘어날 거라고 답해 경영진과 직원 사이 눈높이 차이도 뚜렷했습니다.
출처: PwC, NBER 워킹페이퍼 관련 보도
스탠퍼드대 니컬러스 블룸 교수는 AI가 2025년 말까지는 집단적 영향이 미미했지만, 3년 안에는 생산성 2%, 고용 -2% 수준의 영향이 나타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는 "AI가 아직 숫자로는 잘 안 보인다"는 진단에 무게가 실리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느낌이 들지 않으신가요? 사실 이런 "돈은 쏟아붓는데 통계에는 안 보인다"는 현상은 처음이 아닙니다.
생산성 역설,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는 "컴퓨터 시대는 어디에나 보이지만, 생산성 통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실제로 1973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연 1.4%에 그쳤습니다. 기업들이 컴퓨터와 IT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던 바로 그 시기였는데도 말이죠. 경제학자 에릭 브린욜프슨은 이 현상에 "생산성 역설"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축하는 일렀습니다. 2005년 이후 미국 생산성 증가율은 다시 둔화했고,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이 전 세계 40억 명 넘는 사람의 손에 쥐어진 지금까지도 이 둔화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브린욜프슨은 그 이유 중 하나로 "가격이 0원인 디지털 서비스"를 꼽았습니다. 페이스북, 위키피디아, 수많은 무료 앱은 실제로 사람들의 삶에 큰 가치를 더하지만, 돈이 오가지 않기 때문에 GDP에는 한 푼도 잡히지 않습니다. 생산성 통계는 GDP를 기반으로 계산되니, 이런 무료 서비스가 아무리 늘어나도 생산성 수치는 꿈쩍하지 않는 겁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인터넷 혁명이 만들어낸 가치가 사라진 게 아니라, 통계가 잡아내지 못하는 형태로 존재했다는 것이 지금의 정설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AI도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걸까요? 그 잉여가 지금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다음 섹션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사라진 게 아니라, 어딘가로 몰리고 있었다
여기서 올해 나온 또 다른 조사 하나가 결정적인 힌트를 줍니다. PwC가 1,217개 대기업을 분석한 'AI 성과 연구'에 따르면, AI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의 74%를 상위 20% 기업이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I를 앞서 활용하는 선도기업들은 동종업계 평균보다 7.2배 많은 AI 기반 재무성과를 냈고, 영업이익률도 4%포인트 더 높았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격차를 가른 요인입니다. 단순히 사람이 하던 일을 AI로 대체해서 비용을 아낀 기업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고 사업 모델 자체를 다시 짠 기업들이 압도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즉 평균으로 보면 "AI 효과가 안 보인다"는 게 맞는 말이지만, 상위 소수 기업의 손익계산서에는 이미 뚜렷하게 잡히고 있다는 뜻입니다.
딥노믹이 이전에 컴퓨팅파워 개념을 다룬 글에서 설명해 드렸듯, AI 경쟁의 밑바탕에는 결국 데이터센터와 연산 능력을 쥔 소수 기업이 있습니다.
이 흐름은 1990년대 말 인터넷 혁명 때와도 닮아 있습니다. 당시에도 수많은 닷컴 기업이 명멸했지만, 결국 검색·플랫폼 시장을 장악한 극소수 기업이 그 시대가 만든 잉여 가치의 대부분을 가져갔습니다. 그러면 지금 나오는 "AI 때문에 고용이 줄었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걸까요? 다음 섹션에서 살펴보겠습니다.
"AI 때문에 잘렸다"는 말, 곧이곧대로 믿어도 될까
2026년 들어 기업 해고 사유 중 "AI 때문"이라는 라벨이 월간 최다 사유로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전체 해고 건수 자체는 1년 전보다 43% 줄었습니다. 앞뒤가 안 맞는 이 상황을 두고,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직접 이런 현상을 "AI 워싱(AI washing)"이라 불렀습니다. 무관한 구조조정까지 AI 탓으로 돌리는 행태를 꼬집은 말입니다.
이 지점은 투자자 입장에서 꽤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AI 도입"이라는 발표 자체보다, 그 기업이 AI를 비용 절감에 쓰는지 아니면 새로운 성장·사업 재설계에 쓰는지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선 섹션에서 본 것처럼 실제 재무 성과 격차를 만든 건 후자였습니다.
경영진 대다수가 "AI 효과를 아직 체감하지 못한다"고 답하는 건 거짓말이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이건 1990년대 인터넷 혁명 때도 똑같이 있었던 현상이고, 그 잉여 가치는 사라진 게 아니라 통계에 잘 안 잡히는 형태(무료 서비스)나 극소수 선도기업의 실적으로 몰려 있었습니다. 지금 AI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신호가 PwC의 74%·7.2배 격차 데이터에서 뚜렷하게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AI 때문에 해고됐다"는 식의 헤드라인은 실제 생산성 지표와 앞뒤가 안 맞는 경우가 많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한 번 더 걸러서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평균 통계가 아니라, AI로 실제 성장·재설계에 성공하고 있는 소수 기업과 그 밑바탕이 되는 컴퓨팅 인프라를 가려내는 일이라고 판단합니다.
※ 본 콘텐츠는 학습·정보 공유 목적의 개인 의견이며,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특정 종목·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인용된 설문·통계는 조사 시점 기준이며 이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딥노믹의 개인적 판단이며,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